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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연의 잎사귀 [이해인]

약초 사랑 2014. 6. 16. 06:26

 

 

 

 

수첩을 새로 샀다

원래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

새 수첩에 옮겨 적으며

난 조금씩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

무엇을 버리고

무엇을 취할 것인가

어느 이름은 지우고

어느 이름은 남겨 둘 것인가

 

그러다가 또 그대 생각을 했다

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

잊혀진다 하더라도

그대 이름만은

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 바라는 것은

 

 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

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이다

살아가면서 덮어두고

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

그대와의 사랑, 그 추억만은

 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

그것이 바로

 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

 

두고두고 떠올리며

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

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

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

그대에게 벗어나

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네

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

많이도 같았던

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